공지사항

북극 체험일지 - 4일차
등록일자 2017-10-13 10:12:42 조회수 501

4일차 일지(개인연구 관련)

 

내가 북극에서 진행한 개인연구는 북극곤충이었다. 혹한의 추위에서 어떤 곤충들이 어떻게 서식하는지, 그걸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서식하는 북극곤충들을 샘플로 보관하여, 우리나라의 곤충들과 비교, 대조하는 작업 역시 계획했다.

 

이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료였다. 일단 북극에 어떤 곤충들이 주로 서식하는지 직접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 나는 북극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북극(스발바르 제도)에 서식하는 곤충들을 간단히 조사하고, 현대 분류체계에 의거해 정리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방 약 9종, 파리 2종, 벌 1 종 등 12종의 곤충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북극에 도착한 이후, 개인연구를 위한 시간은 특별히 주어지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잡혀있는 일정 사이의 토막시간들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해야만 했다. 일단 연구에 필요한 것은 현장 자료였다. 북극에 서식하는 곤충들을 직접 채집하고, 이를 동정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필자는 공식적인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현장에 나갈 때, 포충망 등 채집도구들을 소지하여 곤충을 채집했다.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부족했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일들을 효율적으로 계산하여 행동하니, 개인연구의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내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직면하였을 때 무턱대고 다른 요인들을 불평하거나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결실도 남기지 못한 채 필요 없는 후회와 자괴감만이 남을 뿐이다. 능률적으로 시간을 분배하고,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북극체험을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튼 2박 3일간의 채집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빙하와 퇴적암 절벽, Patterned ground와 툰드라 지형에서 채집한 곤충들은 파리 4종, 모기 1종, 톡토기 1종, 응애와 진드기 2종 등 약 8종의 곤충들이 발견되었다. 예상과는 크게 달랐던 것이, 사전조사 시 가장 종류가 다양했던 나방목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대신 파리목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 것이었다. 더욱이 잘 알려진 쇠파리 등의 기생파리가 아닌, 금파리과의 파리들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모기의 경우 툰드라의 담수 습지와 도랑 근처에서 대량으로 채집하였는데, 유충인 장구벌래까지 네팅 작업 중 발견된 것으로 보아, 모기목 곤충들의 대략적인 서식지와 습성은 파악할 수 있었다. 톡토기들은 빙하 근처 담수, 지의류 뿌리 근처의 토양에서 발견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곤충들을 채집, 동정하고 기록하면서 그들의 특징과 대략적 서식지, 습성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원래 계획했던 개인과제는 북극곤충이었지만, 이동하면서 기지 근처에서 수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조류는 곤충만큼 자신이 있었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눈으로 본 생물들의 이름 정도는 동정하고 싶다는 학문적 호기심이 나를 자극했다. 결국 기지촌에서 스발바르 지역의 조류도감을 구입하였고, 발견한 새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동정했다. 그 결과 퍼핀, 흰죽지바다비둘기, 민물도요, 아비 등 10여 종류의 다양한 새를 동정하고 사진으로 남기는데 성공했다. 뉘올레슨 기지촌 근처에 어떤 조류들이 서식하는지 사진으로 정리한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모든 과학의 바탕에는 현장조사 자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조류에 관한 연구는 원래 계획했던 학생이 있었지만, 해당 학생은 개인적인 이유로 계획했던 개인연구를 끝까지 진행하지 못하였다. 내가 동정한 조류들의 사진은 북극 N의 생태 갤러리에도 올라올 것이라는 박사님의 말씀이 있었다.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나의 관찰결과가 이후 다산주니어들의 연구에 있어 아주 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이 글은 2016년도 제7회 전국학생극지논술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양석인 학생이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탐방하고 작성한 글입니다.